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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뷰 | 주조산업의 오늘과 내일

'주조'는 금속 제품을 특정한 형태로 대량 생산하는데 필요한 뿌리기술이다. 쉽게 말해, 만들고자 하는 형상의 틀을 만들고, 그 안에 녹인 액체 금속을 부어 응고시켜서 원하는 모양을 얻어내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으로 꼽히는 것이 자동차·IT전자·선박 등 산업이다. 주조산업은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부품소재 산업으로 함께 성장해왔다. 2012년 기준 한국의 주물 생산량은 244만톤으로 세계 8위 규모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국내 주물 생산량의 50%를 소화할 정도로 주조산업 의존도가 높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상하는 데에는 주조기술 경쟁력이 큰 역할을 해왔다.


주조 제품은 수요가 다양화·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이 요구되며,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이러한 주조산업이 수입에 의존하게 될 경우, 자동차 등 최종 제품의 품질은 물론 향후 인력확보와 생산체계의 구축에 엄청난 비용을 치러야만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주조산업이 뿌리산업 중에서도 국내 자체적인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 핵심 뿌리산업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다.


자동차, 스마트폰, 노트북 부품에서…전기차, 임플란트 등 신성장산업 부품까지


주조산업은 앞서 언급한 자동차·전기전자·선박 등의 전통산업 뿐 아니라, 기계와 전자제어 분야의 급속한 기술 발달로 IT·환경·로봇·에너지산업 등 신성장산업의 근간이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주조기술은 크게 사형주조, 정밀주조, 다이캐스팅, 특수주조 분야로 나뉜다. 우선 자동차 엔진, 배기계 관련부품이나 선박용 엔진 부품, 플랜트 설비 부품에는 주로 전통 분야로 일컬어지는 '사형(砂型·모래로 만든 주형)주조' 기술이 사용된다.


모래가 아닌 녹인 금속으로 만든 주형을 사용하는 '다이캐스팅(금형주조)'은 우리에게 익숙한 휴대폰 케이스와 노트북 케이스 등 모바일 부품, LED 백플레이트·IPTV 프레임 등 전기전자용 부품을 비롯해 엔진 블록·컴프레서 하우징 등 자동차 부품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특히 '정밀주조'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친환경화에 따른 경량화, 경량 소재인 알루미늄 및 마그네슘 등의 적용, 엔진다운사이징과 첨단 연소 시스템 및 하이브리드·전기차 생산 증가, 항공기산업에 있어서 한층 더 복잡한 형상의 일체형 부품의 수요 증대 등으로 정밀부품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노령인구 증가에 따른 임플란트·인공관절 등의 생채재료와 의료기기, 스포츠·레저산업에서 삶의 가치 증대를 위한 고부가가치의 특수주조 부품 수요 증가로 '특수주조' 기술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나고 있다.


국제환경규제로 친환경 공정 개발 가속화


크게 보면 국내 주조기술은 점차 고품질화, 고효율화, 친환경화하는 추세다. 환경 측면에선, 무엇보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환경규제에 따른 탄소 배출량 저감 및 연비향상 추세에 따라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경량부품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공정 중 발생되는 분진, 소음 및 폐기물 등의 발생으로, 사형주조 공장들은 여전히 기피시설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많은 공장 현장에서 'ACE(Automatic·Clean·Energy efficiency)' 공정을 도입해 공정 자동화와 작업장 내 환경 개선,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과 에너지 효율성 증대 등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 주조 업계는 주물을 다 만들고 난 후의 폐기물인 폐주물사에 대한 재활용 기술이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떨어진다. 폐주물사 재활용 기술과 환경친화적 대체재료의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관련해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리기도 했는데, 지난해 7월 부산지역의 자동차부품 기업인 ㈜디알액시온이 고온다습한 기후에서도 사용가능한 '친환경 주조용 무기바인더 및 이를 이용한 알루미늄 주조용 중자제조 원천기술' 확보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린 것이다.


'바인더'(주조과정에서 활용되는 모래주형(사형)을 만들기 위해 모래를 단단히 굳히는 일종의 결합제)는 사용원료에 따라 '유기바인더'와 '무기바인더'로 나뉘는데, 지금까지는 페놀·벤젠·포름알데히드 등의 환경오염 물질을 발생시키는 '유기바인더'를 주로 사용해왔다. 기존의 무기바인더는 독일에서 독점 생산하는데다, 고온다습한 국내 기후에는 적합하지 않아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디알액시온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친환경 무기바인더를 만들어냈다. 유럽 기업이 독점 생산해온 무기바인더의 국산화로 연간 2500억 원대의 수입대체 효과와 함께, 유해가스 배출 감소로 환경오염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유기바인더는 주형용 모래를 한번 쓰고 폐기해야 했으나 이번에 개발한 무기바인더는 재생이 쉬운 물질로 구성,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해 산업폐기물이 근본적으로 발생되지 않도록 설계됐다.


무기바인더는 유해가스 발생 없이 폐주물사의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 알루미늄 무기바인더 시장은 지난해 1조3000억원 규모로 향후에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주조산업은 자동차, 전자, 조선 산업을 지원하는 후방산업으로 오랫동안 제조업의 뿌리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생태계 구조는 취약한 편으로, 여전히 '3D 업종'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으며 80% 이상이 100인 미만의 영세기업에 편중되어 있다. 그러다보니 연구 개발, 전문인력 양성 등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 신성장산업의 근간이 될 주조산업의 발전은 무엇보다 오랜 경험과 훈련으로 축적된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정부의 정책적인 핵심 생산기반기술의 전략적 개발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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