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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 세계의 기후변화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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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 세계 기후변화 이슈의 기본 대응 매뉴얼은 '교토의정서'(1997)였다. 지난해 12월 극적으로 전세계 195개 국가가 합의를 도출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매뉴얼인 '파리협정'의 시대가 열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파리협정의 의미를 "화석 연료 시대의 종말"이라고 짚었고,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세계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했다. 파리협정이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체제로의 거대한 전환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시장의 흐름은 저탄소 경제로 가고 있다


한때 좌초할 것으로 우려됐던 파리협정이 타결된 배경에는 기후변화 이슈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 즉, 이제는 '탄소 감축'이 규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로 변화했다. 세계적으로 기술, 금융, 시장의 흐름이 저탄소경제와 신재생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해, 오히려 빨리 시장을 선점하는 문제로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협정이 '외교의 승리'가 아니라 '시장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는 이번 파리협정 타결의 직접적 동력이 되었다.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으로 대표되는 개도국이 주요 사안에 양보해 합의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 환경적인 요구와 경제적 동기가 맞아떨어진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양쪽 다 협상 타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중의 관심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것에서 환경과 균형을 맞춰 돈을 버는 것으로 바뀌었다"('워싱턴포스트')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은 지금까지 '교토의정서'로 대표되는 기후변화 체제에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미국은 2001년 국내 산업 피해를 이유로 교토의정서를 탈퇴했고, 중국은 개발도상국 지위와 선진국의 선 책임 논리를 내세우며 자국의 대량 탄소 배출에 예외 적용을 요구해왔다.


이들의 태도 변화가 감지된 것은 최근 환경변화로 인한 직접적 피해를 빈번히 겪은 후이다.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높아져 미국 플로리다가 침수 위기에 처한 바 있고, 중국에서는 가뭄과 물 부족, 특히 스모그 등 대기 오염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자국 내에서 환경적인 요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추진된 기후변화 협정 관련 협상만 해도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회의에 불참해 결렬되었다. 그랬던 이들의 태도는, 환경변화와 시장중심의 기후 패러다임의 변화로 몇 년 사이 완전히 바뀌었다. 2014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2015년엔 양국이 파리 협상을 주도적으로 이끄는 데 이르렀다.


에너지 주도권 경쟁 치열해질 것


미국과 중국이 최근 추진한 정책을 보면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더 뚜렷해 보인다. 세계 에너지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나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석탄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하는 내용의 환경보호청(EPA) 규제조치를 발효했으며, 223개 대기업이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탄소규제정책인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에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미국은 2005년 이후 연평균 1.7%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며 교토의정서 참가국인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의 80%를 줄일 계획이며 이를 위해 청정전력계획, 자동차 연비규제, 메탄 누출 규제 등의 실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는 늘리지 않기로 2014년 미국과 합의한 상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의 60∼6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석탄의존도 축소, 태양·풍력에너지 사용 확대, 도시계획 개선 등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밝혔다.


파리 협정 이후 중국은, 이 협정을 예정대로 이행하게 되면 중국 대륙을 뒤덮은 스모그를 42%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오는 2030년까지 국가 에너지사용량의 20%를 재생에너지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국의 성장모델 전환은 세계 경제의 흐름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도 온실가스 감축 대열에


이번 파리협정이 기존의 교토의정서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국에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패권 주도를 막으려는 각국의 공조와 변화도 빨라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 원자력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서 각국의 공조를 비롯해 정책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협정은 국제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기후금융 패권 전쟁은 과거 UN이 주도하던 교토의정서 체제보다 강력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탄소관세나 탄소배출권 매매 등 기후체제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기후 금융'은 선진국의 새로운 금융무기로 개도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도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현명한 전략을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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