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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 제조업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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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세계의 주요 선진국들은 산업 전선의 뒷전으로 물러나 있던 제조업의 중요성에 다시 주목하며 제조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가히 '제2의 제조업 르네상스'라 할 만하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위기 이후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금융과 서비스에 집중된 경제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조업을 부흥하기 위한 정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의 가장 큰 동력은 일자리다. 기본적으로 제조업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고용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깔려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전환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2009년부터 '미국 재건(Remaking America)'을 기치로, 제조업 부활정책에 본격적 시동을 걸었다. 2010년 연두교서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2009~2014년 수출 목표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하며 제조업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섰다. 특히 그는 자동차 산업 회생에 역점을 두었다. 자동차 관련 기업에 제조업 투자금액의 40~50%를 지원했으며, 크라이슬러와 GM에 각각 495억달러, 125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셰일가스와 IT, 소프트웨어 등 첨단제조업의 육성 정책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청정에너지 분야 육성, 제조업의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900억달러 상당의 연구개발(R&D) 투자 및 세금공제 지원을 약속했고, 브로드밴드와 스마트그리드 등 통신 인프라 구축에 402억달러의 재정을 투입했다. 전통 제조업에서 나아가 새로운 융합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제조업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제조업은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7월 23일 낸 VIP 리포트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의 진행현황과 시사점'에 따르면, 미국의 고정자산투자액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정자산투자는 재화와 서비스 창출에 사용된 구조물, 설비, 지식재산권을 말한다.) 2000년 이후 감소해오던 미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도 2009년을 기점으로 반등해, 2013년까지 12% 대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제조업 생산 공장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20년 동안 산업구조의 재편 속에서 중국, 남미 등으로 떠났던 대형 제조업 공장들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세제 혜택과 인프라 지원, 공급망 구축, 혁신 제조업 정책 등 이른바 오바마의 '메이드 인 USA' 전략 덕분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형 생산 공장들이 되돌아오거나, 새로운 생산 공장들이 미국에 지어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고용 추이는 2010년 10월부터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2015년 5월 1231만명으로 확대됐다. 연구원 측은 "미국 제조업이 느리지만 실적 회복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현 시점은 제조업 르네상스의 여명기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통 독일과 일본의 역습, 신흥 중국의 추격


그밖의 많은 선진국들도 제조업 부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일본 등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들은 물론,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고 평가되는 영국에서도 새로운 제조업 부흥 정책을 모색 중이라고 한다. 여기에 더해 신흥 제조업 강국인 중국의 기세도 무섭다.


독일은 2012년부터 민·관 합동으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인더스트리 4.0'을 추진 중이며, 자국 제조업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마스터(Master)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정부 주도로 변경해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본은 이미 경기침체에 들어선 1990년대부터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제조업 강국의 명성을 되찾으려는 정부지원 확대 등의 노력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일본은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 및 기업실증특례(개별기업이 정부에게 규제특례를 요청하면, 검토를 거쳐 이를 허용하는 제도) 등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다.


중국은 차세대 IT·바이오·첨단설비제조·신소재·환경보전·전기차 등 신산업 육성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2025년 세계 제조업 2강 대열 진입을 목표로 '중국 제조 2025'을 수립하기도 했다.


한국 제조업의 미래는…


세계적인 제조업 부활의 흐름은 우리나라의 제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주요 제조강국의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이 진전될수록 한국 제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국이야말로 지난 40여년간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력에선 일본에, 가격 경쟁력에선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밀려, 한계에 내몰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지 오래다. 이제는 개발도상국의 추격에 더해 선진국의 역습까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제조업의 매출 증가율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제조업 인력이 고령화하고 생산성이 정체되고 있다는 평가들도 나온다.


한국 정부도 제조업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6월과 올 3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제조업 도약을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경공업 중심의 수입대체형 전략인 '제조업 혁신 1.0', 조립 및 장치산업 추격형 전략인 '제조업 혁신 2.0' 단계를 거쳐, 이제 융합 신산업 선도형 전략인 '제조업 혁신 3.0'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제조업 혁신 3.0 계획은 제조업과 IT·서비스를 융합해 생산현장과 제조업 생태계를 스마트화하는, 스마트 산업혁명 달성과 에너지·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신산업 창출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뿐더러, 산업 전반의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제조업 혁신 3.0'을 가시적 성과로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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