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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에이스

"기술은 혁신으로, 직원 복지는 혁명으로"
  뿌리명가 풍원화학(주)

숨은 주역. 다른 말로 이름 없는 영웅이라 한다. 화려한 주인공이 모든 걸 다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고된 일과 결정적인 활약은 숨은 주역이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전자산업 발전의 숨은 주역 중 하나로 일반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전설과 같은 기업이 있다.
안산시 단원구 신길동에 위치한 풍원화학(주)는 1967년 설립하여 국내 전자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50여 년간 해외 표면처리 약품을 수입해 판매했고, 독자 개발한 표면처리 약품으로 국내 표면처리 기술 향상과 선진화에 기여해왔다. 1996년에는 포토에칭1)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풍원정밀(주)를 설립했는데, 이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OLED METAL MASK 등 전기 전자 정밀부품을 자체 생산하게 되어 의의가 크다. 또한 풍원화학은 표면처리 약품부터 세정제 등을 독자 개발한 것은 물론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기술집약 기업이기도 하다. 이를 인정받아 2015년부터 뿌리기술전문기업, 유망중소기업,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인증 등을 받았다. 풍원화학 경영지원팀의 박주익 차장을 만나 풍원화학의 과거와 현재,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들었다.

독자적인 약품을 개발하기까지

풍원화학을 일으키고 키워왔던 전임 유화평 회장은 지난해 8월에 별세했다. 조의금을 받지 않은 그의 장례식장에 국내외 유수의 기업 회장들이 급한 일을 제치고 달려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그중에는 일본 무라타 기업의 회장 무라타 아키라도 있었다. 고 유화평 회장과 무라타 회장의 우정은 수십 년 전으로거슬러 올라간다.
“고 유화평 회장께서 1976년 풍원화학(구: 유창화공약품)을 일으킬 당시는 업계 전망도 불투명하고 회장님의 경제 사정도 아주 좋지는 않았습니다.”라고 박 차장은 말문을 열었다. 전임 회장은 약품 통 하나를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전해지며, 국내 기술이 부족해 일본에서 약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시기에 만난 것이 무라타 회장이었다. 수출과 수입을 위해 만난 두 사람이었지만 이후 우정을 키웠고, 1978년 8월 풍원화학은 무라타 대리점 계약을 맺었다. 사업은 순조로웠다. 일본 아이코 케미컬(1981년 1월)과 료코 케미컬(1987년 4월), 미국 매긴로코(MCGEAN-ROHCO, 1981년 7월)와도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 표면처리 약품을 공급하며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다.

해외 유수 업체의 약품을 수입하던 전임 회장은 국내 자체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2000년도부터 기술연구소를 개소해 연구 인력을 충원하며 본격적으로 약품 개발을 위해 나섰다. 약품 개발에 성공했지만, 이를 사용하려는 업체가 없었다. 국산 기술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5년 동안 단지 묵묵히 개발만 하던 그는 모 업체에 찾아가 ‘모든 걸 책임지겠다. 혹시 이상이 있으면 전 재산을 팔아서라도 보상할 테니 안심하고 사용해 달라’며 약품 사용을 제안했고, 성공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 했던가. 사용해 본 업체의 호평이 입소문이 나, 몇 업체에서 다시 문의하기 시작했고 이후 전국 유수의 기업에서 문의가 잇따라 지금에 이르렀다.

풍원화학만의 세 가지 강점

이는 전임 회장의 뚝심 어린 제안이 주효한 결과이지만, 풍원화학만의 강점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상상할 수 없는 성공이기도 했다. 박 차장은 풍원화학만의 강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저희는 기술집약형 전문 기업으로 가장 큰 동력은 기술연구소입니다. 직원의 40%가 연구 인력이며, 매출의 10%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현재 풍원화학은 화성에 제2의 공장을, 마곡 단지에는 올해 후반기를 목표로 연구소를 짓고 있다. 좋은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과감한 투자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단순히 연구인력을 채용만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으로 한계를 넘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풍원화학은 직원들이 필요한 외부 교육을 요청했을 때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지원하며, 외부 교육을 다녀온 직원들이 교육받은 내용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는 내부 세미나를 진행한다. A라는 외부교육(학회·세미나·코엑스박람회 등)을 받은 직원은 일정 시일 내에 자신이 새로 습득한 내용을 정리하여, 다른 직원들 앞에서 소규모 세미나 형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매주 수요일마다 세미나를 진행한다.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내용은 물론 PT 하는 법, 비즈니스 매너 등 전반적으로 필요한 내용도 함께 교육하여 직원들의 사기를 높인다.

품질팀 허윤서 사원(25)이 분석의뢰받은 약품을 검사하고 있다.

이는 직원들의 뜨거운 화답과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풍원화학은 에칭액 및 세정액 등에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표면처리기술사를 딴 직원이 셋이나 있다. 한 회사에 표면처리기술사가 세 명이나 있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이미 기술사를 보유한 직원을 채용한 게 아니라, 자격증이나 학업 등의 교육을 독려하는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직접 도전하여 취득한 것이다. 표면처리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토론 시간에 의견을 내고, 평등하고 민주적인 사내 문화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자유롭게 정보가 오가니, 새로운 제품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째 강점은 정확하고 세심한 품질관리다. 풍원화학은 자동화 라인을 거쳐 생산된 약품에서 무작위 실시간 샘플링을 실시한다. 물론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는 불량을 방지하기 위한 첫걸음이기에 직원들은 항상 긴장하며 이를 처리하고 있다.
마지막 강점은 알짜 경영이다. 융자에 의지하지 않는 경영이 오늘날처럼 단단한 풍원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박 차장은 전했다.
“올해 매출 규모를 220억으로 예상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다른 기업과 비교해 봤을 때 규모가 작은 편이죠. 전대 회장님이 규모를 확대하는 것보다 내실 경영을 통한 ‘안정적인 확장’으로 회사를 키우셨어요. 이 같은 경영마인드 덕에 무차입 경영을 실현할 수 있었죠. 보통 다른 회사들이 임대해 사용하는 지게차나 비데도 저희는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술발전을 넘어 복지발전까지

이렇듯 풍원화학은 기술집약형 전문기업으로써 기술발전을 선도해 왔고, 세심한 품질관리와 방만하지 않은 충실한 경영으로 업계의 모범을 보여 왔다. 그렇다면 이곳에 다니는 직원들은 어느 정도 풍원화학에 만족하고 있을까?
“전대 회장님은 직원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하기로 유명하셨어요. 어느 직원도 회장님에게서 반말을 들어 본 적이 없죠. 단 한 명, 알고 지낸 지 15년 된 한 여직원하고만 말씀을 편하게 하신 거로 기억합니다.”

풍원화학은 기술집약형 전문 기업입니다.
직원의 40%가 연구 인력이고, 매출의 10%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데 투자합니다.
또 생산된 약품을 무작위 실시간 샘플링하며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죠.
게다가 차입 없는 경영으로 내실을 키워왔기 때문에 기반이 튼튼합니다.”

품질팀 박유진 대리(29)가 분석 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개발팀 박종식 연구원(33)이 표면처리된 시편을 확인하고 있다.

선대 회장의 이 같은 직원 대우는 현재의 유정훈 대표에게로 이어졌다. 아버지를 본받은 유 대표는 ‘회사는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장소인 만큼 회사는 집보다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회사에 반영했다. 회사 내부에 체력 단련을 위한 헬스장, 농구, 족구, 배드민턴장이 있으며, 이를 통해 키운 체력을 점검할 수 있는 인바디와 혈압계도 갖추고 있다. 직원들은 ‘술자리보다 친목에 훨씬 도움이 되고 외부 체육시설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한,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생각에 알찬 직원 종합검진도 시행한다. 외부 의료기관과 계약을 맺고 수십만 원 수준의 전문 검진을 진행하는 것으로, 연초에 작년 및 재작년 차트를 비교하며 직원의 현재 건강 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한다. 같은 병원에서 검진하니 건강의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고 진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이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어야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다’는 경영 마인드 덕에 회사 내부 인테리어 수준도 상당하다. 옥상정원을 비롯해 회사 곳곳에 작은 정원이 있어 직원들이 일하는 틈틈이 초록빛 자연을 접하기에 이상적이다.
장기근속 직원에 대한 처우도 좋다. 10년 근속 직원은 휴가와 포상금뿐 아니라 배우자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갈 기회가 주어지며, 15년 근속은 동남아시아, 20년 근속은 유럽 여행이 준비되어 있다.

“현재 풍원화학은 국내 80여 개의 업체에 약품을 납품하고 있다. 올해는 축적된 기술과 혁신적인
전략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영지원팀 박주익 차장(40)

목표 설정 캡슐’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직원들은 매년 초 시무식 때 한 해의 목표를 적어서 동그란 캡슐에 넣는다. 이후 일 년 동안 놔뒀다가 그해의 마지막 날에 개봉하여 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한다. 목표를 달성한 직원은 이를 증명하는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한 해의 목표를 이뤄낸 직원에게는 30만 원의 포상이 돌아갑니다. 금연·체중 감량 등 목표가 다양하지만, 막상 개봉해 보면 연초의 목표를 이뤄낸 직원은 3~5명에 불과해 다소 아쉽습니다.”

또한 연말 송년회 때는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생활로 한 해 동안 동고동락한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
“재작년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연가’를 관람했습니다. 아예 대관해서 직원 90명 모두 VIP석에서 오붓하게 공연을 즐겼습니다. 직원들의 65%가 30대다 보니 문화예술로 송년회를 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작년에는 충무아트홀에서 뮤지컬 <팬텀>을 봤습니다.”

표면처리된 시편을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모습

현재 풍원화학은 국내 80여 개의 업체에 약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오래된 업력과 삼성과의 독점 거래라는 유리한 조건을 활용해 베트남, 중국 홍콩, 프랑스 등 해외 시장에 에칭2)이나 세정제를 수출할 계획이다. 축적된 기술과 혁신적인 전략을 발판으로 내년 매출 300억을 목표하는 풍원화학의 앞날이 기대된다.
1) 반도체·PCB 생산 시 미세회로를 형성시키는 데 쓰이는 기술로 금속 표면에 빛을 노출해 자외선을 받은 부분을 선택적으로 부식시켜 패턴을 성형한다. 정확하고 섬세한 디자인 소재를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 금속을 산(酸) 등의 화학약품으로 부식시키거나 잘라내 원하는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내는 초정밀 금속 가공기술

ISSN 2586-1972 (Online) | 등록번호 등록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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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간별 격월 | 기획·디자인 쿠움, 메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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