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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인터뷰

주조는 나의 천직

한국폴리텍대학 신소재응용학과 조수연 교수

한국폴리텍대학 신소재응용학과 조수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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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직.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는 뜻이다. 알베르 카뮈는 “노동하지 않으면 삶은 부패한다. 그러나 영혼 없는 노동은 삶을 질식시킨다.”라고 말했다. 열과 성의를 다해 한 직업에 성실히 임할 수 있다면 그보다 축복받은 일은 없을 것이다.
전국 주조기술경기대회에서 18년째 대회 운영을 맡고, 40여 년 동안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사람이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신소재응용학과 조수연 교수다.

뜨거웠던 2018년 전국 주조기술경기대회

전국 주조기술경기대회는 기능인의 저변 확대 및 취업 의식 고취, 우수 기능인력 양성에 기여해온 뜻깊은 대회다. 이 대회의 과제 출제뿐 아니라 운영위원을 수행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한국폴리텍대학(이하 폴리텍대) 신소재응용학과의 조수연 교수1)다. 그는 전국 주조기술 경기대회 1회부터 올해까지 18년간이나 남다른 열정으로 헌신해왔다. 이번 해의 대회 분위기는 어땠을까. 그는 올해 역시 학생과 일반의 열정이 도드라져 뿌듯했던 경기였다고 전했다.
“매년 대회 전 2주 전에 참가 선수들에게 경기 과제의 도면을 공개하여 경기를 진행합니다. 이번 대회는 전보다 선수들의 도면 이해 능력이 향상되고, 대회에 임하는 자세와 숙련도가 크게 개선된 점이 눈에 띕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아무리 대회 준비를 열심히 해도 참가자들이 단순히 대회 참가 증명만 받기 위해 참가한다면 주최 측은 힘이 빠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뿌리기술경기대회 참가자들은 때로는 조 교수가 깜짝 놀랄 정도의 반짝이는 열정을 보여주었고, 덕분에 대회를 준비한 입장에서 만족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고 한다. 조 교수는 그중 한 예를 설명했다.
“2~3년 전의 일입니다. 이미 주조 관련 기업에서 일하고 계신 30~40대로 보이는 남자분이 참가하셨어요. 품질관리부서에 일하고 계셨는데 ‘주조의 핵심을 몰라 자신이 맡은 일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없어 아쉽고 답답하다’면서 배우기 위해 대회에 무려 세 번이나 참가하셨어요. 한 번 참가하는 것으로는 몸에 체득하기 어렵다면서 말이죠. 분명 기업 내부에서 접하는 지식도 있으셨을 텐데, 그것만으로는 갈증을 느끼셨던 모양이에요.”
이외에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실무 경험으로 소화하고 싶어 조바심을 내는 학생들의 예를 들면서 18회 동안 한 회도 빠짐없이 대회에 헌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매회 등장하는 새로운 참가자들의 배움을 향한 뜨거운 욕망을 꼽았다.

나이를 뛰어넘는 배움에의 열정

조 교수의 대회에 대한 헌신은 교육에의 열정에도 맞닿아 있다. 그는 신소재응용학과에서 42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2011년에는 전국 취업률 1위2)를 달성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학생들이 인상적인지 묻자, 그는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학기마다 기대된다며 한 학생을 예로 들었다.
“4년제 대학에서 체육학과를 졸업하고도 진로를 주조로 바꾼 학생이 있었어요.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 19살 정도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이쪽으로 진로를 잡은 학생들이 대다수인데, 개중에는 자신의 흥미대로 학과를 정하지 못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면서 다소 늦은 나이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있죠.”
서른 살과 열아홉 살. 동생들은 처음에는 나이 차가 많이 나는 형을 앞에 두고 어색해했지만, 함께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수업을 같이 듣는 사이, 말도 놓고 함께 운동도 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최근 타 대학교를 졸업하고 온 한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들이 대다수인 환경에서 처음에는 적응하지 못하는 듯했으나 금세 적응하고 친해진 데다, 오히려 남학생들보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끌며 모범을 보였다고 그는 전했다.
저는 학생들의 주조기술 향상을 위해 성심성의껏 노력하고, 학생들도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이를 한눈에 보고 이해하기는 어려워요. 저는 학교에서 진행했던 포트폴리오를 면접 때 가지고 가게 합니다.
기업이 채용을 결정할 때 해당 학생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열정에 답하는 세 가지 비법 : 미래 설계

그는 학생들의 주조 배움에 대한 열정에 답하기 위한 세 가지 비법을 가지고 있다.
그 첫째는 SWOT 분석·미래 설계 등 주조 교육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미래를 상상하게 하고 함께 고민하는 전인 교육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10cm도 넘어 보이는 두꺼운 학생 파일을 펼쳐 보였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취미생활은 무엇이고 강점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분석하게끔 만든 내용이 눈에 띄었다. 한 학생의 파일을 보니 취미는 등산과 요리, 독서였고 존경하는 인물과 가장 좋아하는 책,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 등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렇게 조 교수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현재 지표를 알아내게 한 다음 미래 설계를 지도한다. 10년, 20년 후의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나의 비전은 무엇이고 어떤 일들을 해내고 싶은지를 일일이 리스트로 적게 한다.
자아를 탐구한 내용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이후 학생과의 수시 상담에 활용하며, 혼자서 해결하기 벅찬 내용은 선생님이 같이 고민한다는 취지로 열린 마음으로 상담한다. 이뿐 아니라 그는 이때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작성할 때도 도움을 준다. 파일을 계속 넘겨보니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실험 실습 포트폴리오도 눈에 띄었다.
“저는 성심성의껏 학생들의 주조기술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 역시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기업에서 이를 한눈에 보고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 진행했던 포트폴리오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뒷부분에 정리하여, 면접 때 가지고 가도록 지도합니다. 기업에서 채용을 결정할 때 이 학생이 지닌 실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는 거죠.”
또한 실습 포트폴리오용으로 만들었던 작품도 지참해 채용 담당자가 학생의 실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전국 취업률 1위 달성과 이후 8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은 이러한 세심한 지도에서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수연 교수가 주조기술 경기대회에서
제출된 주조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의 원형 가공 실습실

인성과 실무의 컬래버레이션

둘째는 인성 교육이다. 그는 기업 관계자와 담소하던 중 주조 관련 기업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직원의 인성임을 알아차렸다.
“관계자가 한숨을 푹푹 쉬기에 무슨 일인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오전 근무 시간에 화장실을 6번이나 가는 직원이 있어 고민이라고 하더라고요. 화장실 가서 10분 정도가 아니라 20분 있다가 오는 경우가 많아 작업 진행에 차질이 있다고요. 그래서 어떤 일인지, 혹시 몸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싶어 알아보니 화장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근무 중 생리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한 범위지만, 이쯤 되면 근무 태만이다. 그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근무 태만을 영리함으로 오인하는 학생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 교수의 마지막 노하우는 실무 위주의 수업으로 학생들의 현장 감각을 배양하는 것이다. 그는 산학협력을 통해 업체가 실제 필요로 하는 내용을 파악하고, 그것을 최우선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했다. 덕분에 해당 학과 학생들의 회사 적응도가 높다. 또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이론 및 실습을 끝낸 후 현장에서 기본기를 다진다. 지식과 실무 경험이 부족한 배우는 중인 학생들을 반길 기업이 많을 리 없다. 조 교수는 관계자를 직접 만나 현장 실무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여 협력을 얻어 냈다.
한편, 조 교수는 본인 스스로 지식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업체에 자주 방문하는 것은 물론, 방학 때는 현장 연수 프로그램을 활용해 현장에서 직접 근무한다.
“현장은 기술 변화가 많습니다. 경제 상황이나 거래처 변화, 기술 동향에 따라 작업 방식이나 내용이 급격하게 바뀌는 부분이 있죠.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직접 풀타임으로 일합니다. 그날그날 작업 보고서를 써서 제출하면서 일반 직원과 똑같이 근무하죠.”
이 같은 각고의 노력 덕분에 결실도 많다. 특히 처음에는 ‘주조가 과연 자신과 맞을까’ 의문을 품었던 학생들이 폴리텍대 과정을 졸업 후 석·박사까지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공부를 그만 둘까 고민하고, 공부하기가 싫다고 이야기했던 학생들이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와 다르게 주조의 매력을 깨닫고 석·박사까지 따내며 공부를 지속하는 변화를 보면서 조 교수는 큰 보람을 느낀다.

주조기술 경기대회 참가자들이
주형을 제작하고 있다.

주조기술 경기대회 참가자가
용탕을 주입하고 있다.

주조기술 경기대회 참가자들이
완성한 주형

인생은 새옹지마

조 교수의 신예를 기르고자 하는 남다른 열정.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그는 과거를 묻자 빙그레 미소를 띠었다. 조 교수는 본래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제1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선수로 참가했었다. 이어 주조 직종(1989년) 명장에 도전했으나, 명장부의 동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명장(금상)에 선정되지 못해 아쉬웠던 그는 다음 기회를 노렸으나, 안타깝게도 다음해부터 교육계통 종사자의 출전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노력할 기회조차 빼앗긴 안타까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는 그가 주조 경기에 헌신하고 학생을 꾸준히 지도하게 한 발판이 되었다. 그의 헌신은 결국 결실을 맺어, 폴리텍대 신소재응용학과 졸업생 중 두 명이 명장 타이틀을 달았다. 선생의 한을 학생들이 풀어준 셈이다.

주조기술 경기대회 참가자들이 과제로 제출된 주형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주조입니다. 에밀레종3) 아시죠? 우리 선조들은 771년도에 이미 주조로 종을 만들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자동차의 심장부인 엔진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주방기구들도 주물4)이죠. 생활과 뗄 수 없는 중요한 기술이 바로 주물입니다."
현장은 기술 변화가 많습니다. 경제 상황이나 거래처 변화, 기술 동향에 따라 작업 방식이나 내용이 급격하게 바뀌는 부분이 있죠.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방학 때는 생산 현장에 직접 풀타임으로 일합니다. 그날그날 작업 보고서를 써서 제출하면서 일반 직원과 똑같이 근무하죠.
그가 주조에 발을 담근 것은 고등학교 때로 지금으로부터 44년 전이다. 담임선생님의 권유에 별생각 없이 시작했지만, 이제는 주조 없이 지난 인생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조 교수는 주조를 향한 한 길만을 걸어왔다. 비록 명장 동상 수상에 그쳤지만, 벌써 42년째에 접어든 폴리텍대 교수직과 날마다 한 뼘씩 커가 는 학생들, 주조대회에서 반짝이는 신예들,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업데이트하는 그의 교수 능력이 그의 진정한 타이틀이다.
1) 금속공학 박사로 주조공학, 금속재료공학, 제선공학, 제강공학, 압연공학 등의 강의를 해왔다.
2) 2011년 정보공시 전국 전문대학을 포함한 2년제 대한 전국 취업률 1위(튼실한 뿌리로 대한민국 발전 앞장, 이슈메이커 2012. 12. 19.)
3) 성덕대왕 신종, 국보 제29호
4) 주물은 금속을 용해하여 원하는 재질과 형상을 용도에 적합하도록 제조해 낸 모든 철강 및 비철제품을 총칭한다.

ISSN 2586-1972 (Online) | 등록번호 등록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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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간별 격월 | 기획·디자인 쿠움, 메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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