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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인터뷰

나를 키운 8할은 ‘남과 다른 선택’이었다

영광YKMC 장관섭 대표


영광YKMC가 승승장구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마다 새로운 승부수를 띄우고, 때로는 무모할 만큼 용감한 선택을 하며 국내 최고 수준의 아노다이징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영광YKMC는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 OLED, 의료, F&B 제품으로 매출 440여억 원을 달성한 알루미늄·티타늄·마그네슘 표면처리 전문기업이다. 화려한 행보 의 주춧돌을 쌓은 것은 2012년 노동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명장으로 인정받은 장관섭 대표다. 장 대표의 성공 비법은 한 가지, ‘남들과 다른 선택’이었다.

(주)영광YKMC 장관섭 대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다

장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청소년 진로 특강], [나는 꾼이다], [4차 산업혁명 겁내지 말 자], [청년이여 꿈꾸는 자가 되자], [코칭전문가의 아노다이징 이론과 실무] 등의 주제로 초·중·고에서 300회 이상 강연을 열어왔다. 그가 강연용 프린트를 펼치자 공개하기 주저할 법한 본인 학창시절의 낮은 성적표가 들어 있었다. 성적에 일희일비하는 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기 위한 것이다. 그는 아이큐도 또래보다 높지 않았고 성적도 낮아 따돌림을 받기도 했다면서 학창시절을 회고했다. 다만, 그가 다른 학생들보다 비범했던 한 가지는 약점을 강점으로 돌린 점이었다.

“표면처리·열처리는 지금도 3D업종이라고 기피하지만, 예전에도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업종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 말리기까지 했죠. 하지만 전 ‘남이 안 하는 걸 하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겠네!’ 라고 남들과 반대로 생각했습니다.”

그의 결심 뒤에는 ‘금오공고’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었다. 선반 밀링·전기·전자·판금 용접·가스 용접·주물까지 실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학교 시설에서 공부하며, 이미 고등학교 때 ‘금속’ 분야가 적성에 맞s는 걸 알게 되었다. 이어 인하대 금속공학과에 진학한 장 대 표는 졸업할 때도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졸업생 대부분이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대기업을 택했지만, 그는 중소기업을 택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이 불안하지 않을 리 없었지만 ‘나는 나만의 목표가 있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인천 소재 안경테 표면처리 업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이곳에서 제대로 기술을 전수받아 자신의 회사를 차릴 셈 이었다. 한동안은 순조로웠다. 하지만 그의 야심찬 계획과 달리 해당 기업은 88올림픽 전후 지나친 물량 수주로 인한 품질 저하와 사장의 병환으로 문을 닫게 되었고, 장 명장은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첫 시련이었다.

기술이 있어야 거래처도 유지된다

갈 곳이 없었다. 애매한 경력의 그를 받아주는 회사가 없었고, 겨우 찾아낸 곳은 연봉이 맞지 않았다. 주머니에 쥔 돈은 얼마 없는데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장으로서 벌이가 필요했던 그는 알루미늄 아노다이징1) 업체(구: 영광금속)를 직접 차렸다. 1989년 6월 9일이었다.

“200만 원을 빌려서 성수동에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원래 물탱크실이었던 곳으로 다락방이나 마찬가지였던 곳에 세를 얻어서 들어갔죠.”
초보 사장, 누가 영업을 가르쳐줄 리 만무하다. 고심하던 그는 코엑스 박람회 참가 기업들의 카탈로그를 보고 알루미늄 사용량을 점검한 뒤, 거래처 후보를 일일이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부천, 수원 영통까지 걸어 다니면서 영업을 했다. 차로 다니면 많은 걸 볼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2) 경비실 앞에서 문전박대도 수없이 당했다.
영업만으로는 부족했다. 확실한 실력이 없으니 겨우 발굴한 고객이 떨어져 나갔다. 짧은 경력과 지식을 보강하기 위해 그는 독학으로 아노다이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가서 아노다이징 특허를 일일이 복사해서 읽었죠. 일어·영어로 된 논문을 번역해서 한 줄 한 줄 보면서 이해했고, 이를 바탕으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발로 뛰며 거래처를 확보하고, 더 나은 품질을 위해 공부했던 그의 노력은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시기도 도왔다. 1990년대에 공장자동화의 바람이 불면서 에어 실린더 등의 공장 내부 철제 제품의 경량화가 시작된 것이다. 장 대표가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비철금속을 찾는 기업이 드물었지만, 비율은 역전되기 시작했고 폭풍처럼 시대가 바뀌었다. 무거운 철보다 알루미늄을 찾는 문의가 쇄도했고, 다락방에서 조촐하게 시작한 사업은 한 달에 삼천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쾌거로 바뀌었다. 정확히 5년 뒤, 그는 부천에 100평 규모의 공장 부지로 이전한다.3)

표면처리 전에 도면을 보며 회의하는 장 대표와 마스킹실 직원들


수주 없이 100억을 투자하다

로버트 F. 케네디는 “오직 크게 실패할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크게 이룰 수 있다(Only those who dare to fail greatly can ever achieve greatly)”는 말을 남겼다. 수출로 활로를 뚫은 영광YKMC의 선택에 어울리는 명언이다. 이미 알루미늄 표면처리로 국내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었지만, 장 대표는 이에 안주하지 않았다. 하청만으로는 미래가 없고 국내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해외로 눈을 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장 대표와 이용섭 대리(47)가 티타늄 하우징을 검수하고 있다


1. 박철광 주임(36)이 사상실에서 플레이트 챔버의 폴리싱 작업을 하고 있다
2. 서용수 대리(39)가 사상 현장에서 프레임의 폴리싱 작업을 하고 있다
3. 오근호 주임(33)이 가공 현장에서 MCT 장비를 조작하고 있다
4. 클린룸에서 소재훈 사원(33)이 에폭시 작업을 하고 있다


“2003년도 미국 A사에서의 수주 탈락을 계기로, 미국 업체에 수주받으려면 가공부터 조립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가공부터 세척·아노다이징·제품조립까지 한 곳에서 생산하고 검수해야 품질을 높일 수 있는데, 여러 업체에서 한 부분씩 맡아서 처리하면 품질 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더군다나 해외 수주는 철저한 점수 관리를 통해 이뤄지니 ONE-STOP형 생산으로 제품 품질을 높이는 게 절실해졌죠.”

이를 위한 투자액은 100억이 넘었다. 해외업체와 MOU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부터 짓는 장 대표를 주변에서는 ‘무모하다’고 만류했다. 물론 그도 고뇌했다. 아산테크노벨리 부지에 제2공장을 짓는 순간에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와 직원들 월급을 떠올리며 초조해했다. 그러나 공장 설비를 완료하자 그의 결정이 옳았음이 드러났다. 건축을 끝낸 직후인 2009년 11월에 미국 A사와 MOU를 체결하는 데 성공해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지에서 의료와 항공기 부품 제조 러브콜을 받았다. 그의 혜안과 과감한 투자는 2013년 500만 불, 2016년 1000만 불, 2017년 2000만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며 매출 성장을 가져왔다.

성공은 친환경 티타늄 알칼리성 아노다이징 방법과 친환경 마그네슘 합금 아노다이징 개발이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임플란트와 생체용 재료로 사용되는 티타늄은 세계적으로 2012년 250조 원에서 2025년에는 600조 원이 넘는 수요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철강의 42배, 알루미늄의 11배가 넘는 부가가치 증가율로 기대받는 종목이다. 마그네슘 역시, 자연 상태에서의 급속한 부식 문제를 극복한 아노다이징 개발에 성공하여 자동차 등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면처리 공정에서 대형 제품을 물로 세척하는 모습

젊은 인력 키워 미래 가꾸다

장 대표는 강연 등 지식 나눔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학교 강연뿐 아니라, 직원 복지와 기업 코칭에도 열심이며, 직접 연구한 아노다이징 정보를 책자로 만들어 관련 업체와 실수요자에게 3만 권 이상 무료 배포하고 이북e-book까지 출간했다(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뿌리기술 온라인 도서관에서 코칭도 하고, 경제포커스4)에 ‘장관섭 명장이 알려주는 표면처리 이야기’도 연재한다. 경영만도 바쁜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독학하고 연구하며 실패한 세월을 안타깝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장 대표는 말한다.

그렇다면 영광YKMC의 직원이 되면 어떤 복지혜택을 받을까. 영광YKMC는 하루 3식을 제공하고, 대명리조트 회원권을 제공하며, 직원 조회에서 매달 생일 맞은 직원을 직접 축하하는가 하면, 매주 첫째 주 금요일에는 [생일자와 함께하는 금강산에서 점심을]이라는 이름으로 장 대표가 직원들과 직접 식사하며 고충을 듣는다. 석·박사를 병행하는 직원에게는 장학금을 전달한다. 특히 장 대표와 각 본부장 및 팀장이 사내 강사로 나서 주 1~5회까지 직원을 교육하는 사내 교육 훈련도 진행한다. ‘비즈니스 매너 코칭’부터 ‘아노다이징 실무교육 초중고급 과정’, ‘표면처리와 아노다이징 이론과 실무’ 등으로 알차게 짜인 수업을 주임부터 과장까지 계단식으로 들을 수 있어 직원들의 호응이 높다. 소탈하게, 가족처럼 다가가는 대표에게 마음이 흔들린 덕일까. 현재 영광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80%가 20~30대다. 뿌리산업에서 40대 이상 종사자가 전체 종사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현실과 비교되는 점이다.5)
1) 아노다이징(Anodizing) : 양극(Anode)과 산화(Oxidizing)의 합성어로 양극산화라고도 한다. 금속을 양극( )에 걸어 희석된 산성액에서 전해하면 양극에서 발생하는 산소에 의해 표면에 피막(착색도 가능)이 형성되는 표면처리기술로, 금속을 보호한다. 알루미늄이 대표적인 소재이고 그 외에 티타늄, 마그네슘 등의 금속도 아노다이징이 가능하다.
2) 장 대표의 핸드폰엔 당시부터 연을 맺은 관련기업 연락처 5,698개가 저장되어 자산으로 남아있다.
3) 1995년에는 부천 춘의동 자가 공장(100평), 2003년에는 부천 내동 자가 공장(400평)으로 이전했다.
4) www.economyf.com
5) 뿌리백서에 의하면 2012년 45.7%였던 20~30대 종사자는 39.6%로 줄어든 반면, 40대 이상의 종사자는 50.5%에서 58.3%로 늘어났다.

ISSN 2586-1972 (Online) | 등록번호 등록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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