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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_ 이지숙 박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뿌리산업의 양극화

튼튼한 중소·중견 뿌리기업 육성 시급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6개 업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조 과정에 두루 활용되어 제품의 기능, 강도, 정밀도 등을 결정하는 산업으로, 우수한 뿌리기술은 제조 강국의 밑바탕이 됩니다. 완제품 산업과 밀접하다 보니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 큰 타격을 받습니다. 반면, 전방산업의 호황에 따른 이익을 보기도 합니다. 최근 반도체 산업 호황(올해 5천억불 수출 돌파, 세계 수출순위 6위, 점유율 3.3%로 역대 최고 수준)에 따라 반도체 관련 장비·부품 기업이 고수익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뿌리기업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산업들은 한참 호황기를 누렸던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30~40년간 뿌리산업에 종사하셨던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기업을 운영하기에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 합니다. 뿌리산업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 기계, 가전, 조선 산업의 국내 생산이 최근 매우 저조했기 때문입니다(뿌리산업 4대 수요산업별 비중: 자동차 26.7%, 기계 23.4%, 가전 8.6%, 조선 6.7%, 총 65.4%). 통계로도 이러한 사실은 확인됩니다. 2014년 이후 매출액이 감소되고 있고 영업이익률 또한 2010년 5.7%를 기록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지금은 3% 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2012년 생존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해보니 최근 5년 23.9%의 기업이 폐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2 0인 미만인 기업일수록(폐업률 31.2%) 어려움은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장하고 고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2006년부터 2015년 영업활동 중인 3,876개사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연평균 매출증가율이 10% 이상인 고속 성장 기업이 1,422개,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이 10%이상인 고수익 기업이 752개로 파악되었고, 고성장·고수익의 주요 요인은 기술혁신과 판로개척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고성장·고수익의 주요 요인을 살펴보니 기술혁신과 판로개척이 가장 큰 요인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고성장 기업의 과반 이상이 기술혁신과 판로개척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고 대다수 고수익 기업들은 기술혁신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았습니다.

뿌리기술 전문기업인 S사(2006년 매출 571억원 → 2016년 3,095억원)는 기술개발을 통해 판로를 다양화 한 대표 사례입니다. 1978년 설립되어 자동차 엔진, 변속기 부품을 주로 생산하며 2004년 홀덴(호주), 2008년 오펠(독일), 2013년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함에 따라 2015년에는 1억불 수출을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유연 생산이 가능한 공정 자동화시스템을 운영함은 물론 지속적인 소재개발과 주조기술 개발로 친환경, 고효율, 경량화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최근 10년 국내 자동차 기업이 2배가량 크게 성장한 것도(매출추이(‘06→’15년): 현대자동차 24조원 → 44조원, 기아자동차 17조원 → 33조원) 부품을 생산하는 뿌리기업이 성장 기회를 가지게 된 주요 요인입니다.

주력산업은 아니지만 틈새시장에서 고수익을 달성하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알루미늄 압연, 압출 제품 제조업체인 D사는 초경량 고강도 합금소재를 개발, 텐트 폴을 생산하여 세계 초경량 텐트 폴 시장의 90%를 차지합니다. 그 결과 1988년에 설립되어 꾸준히 성장해 2016년 매출액 298억원, 영업이익 8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9.5%에 이르는 탄탄한 기업이 되었습니다.

어느 곳에서든 양극화는 존재합니다. 계층 간 점점 더 차이를 나타내고 멀어지는 상황이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뿌리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산업 변화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출혈 경쟁으로 도태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수요산업의 트렌드를 미리 파악해 대응하여 성장하는 기업, 작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를 공략하여 고수익을 달성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통계로 보는 뿌리산업 양극화 현상

뿌리산업 양극화는 통계 수치를 통해서도 잘 설명됩니다. 2만 6천개 뿌리기업 중 65.5%가 10인 미만으로 열악한 기업들이 다수 차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성장성이 높다고 인정된 WC(World Class)300에 지정된 46개 뿌리기업이(전체의 17.3%) 있습니다. 또한 ATC(우수연구기술센터)를 보유한 79개 뿌리기업(전체의 18.2%), 이노비즈(기술혁신형) 뿌리기업 2,289개(전체의 12.8%), 벤처 뿌리기업 2,587개(전체의 7.7%)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전국 제조기업 41만개 중 6.4%를 차지하는 뿌리산업 비중을 생각하면 다른 산업군에 비해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에 대한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뿌리산업은 연구개발에 대한 양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0.9%(제조 중소기업 1.5%)로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은 기업이 무려 67.1%로 조사됩니다. 연구에 투자하는 기업의 상위 10%가 뿌리산업 전체 연구비의 83%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상위 기업 쏠림현상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출에서도 극심한 양극현상이 관찰됩니다. 뿌리기업 중 6.1%만이 수출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2015년 뿌리산업 실태조사 결과 뿌리기업 중 6.1%만이 수출하고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내수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극소수라는 점은 국내 뿌리산업 경쟁력을 고려할 때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튼튼한 뿌리기업 육성으로 건실한 산업구조 마련해야

소수의 우수기업과 다수의 열악한 기업으로 구성된 호리병형 산업구조로는 산업 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제조업 기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외부 충격에 의해 쉽게 무너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뿌리산업이 제조업의 성장을 잘 견인할 수 있는 건실한 산업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올바른 방향을 산업계에 제시함은 물론 튼튼한 뿌리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뿌리산업계도 자부심을 가지고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져야 합니다. 수요산업 트렌드를 잘 파악하여 미래를 준비한다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ISSN 2586-1972 (Online) | 등록번호 등록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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