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인터뷰

변별력 개선해 열처리기술대회 위상을 높이다

남능열 삼흥열처리 품질관리 상무

남능열 삼흥열처리 품질관리 상무

냉정과 열정 사이. 철을 뜨겁게 달궜다가 다시 냉각하는 열처리는 고된 작업 환경을 견딜 열정과 작업 과정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이성이 필요하다. 예나 지금이나 위험하고 힘들며 장인에 가까울 정도로 지식을 깊이 쌓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유로 진입이 힘든 분야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열린 열처리기술경기대회1)에는 이런 두려움과 걱정을 뚫고 차세대 열처리 주자로 나선 다수의 젊은 참가자가 보였다. QT 열처리2)를 위해 한껏 가열된 제품을 오일·물탱크에 넣어 냉각을 하는 이들의 얼굴은 진지했고, 실수하지 않으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펼치고 싶어 분투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준 것은 출제 및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삼흥열처리 남능열 상무였다.

가열 후 조직 균일화를 위하여 냉각하는 공정인 항온존

금속을 녹는점보다 약간 낮은 온도로 가열한 다음
천천히 식히는 소둔로(燒鈍爐)의 추출부 모습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외워서 공정을 진행한다면 응용도 어렵고, 공정과정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느려도 좋으니 한 번에 한 발자국씩 공정과정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빠르게 습득하되 이해가 느린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공정조직의 균질화 및 기계적 성질을 개선하는 노멀라이징 열처리 공정

소재 개선, 공정 중심 평가로 전환

대회 설계를 맡은 남 상무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경기의 변별력 개선이었다. “이번 대회부터 사용하는 재료를 SM45C3)로 바꾸었습니다. 기존에 쓰던 SCM4404) 는 퀜칭5)했을 때 결과가 별로 다르게 나오지 않아 열처리를 제대로 한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참가자의 실력을 제대로 가리기가 어려웠죠. 하지만 SM45C의 경우 10도·20도의 작은 온도 차, 냉각 방법에도 결과물이 달라지기 때문에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알아보기가 훨씬 쉽습니다.”

바다 위에 선박이 떠 있는데 배를 탄 선원들이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이를 두고 조난이라고 한다. 항해 위치를 알아야 당장 좌현·우현 중 어디로 가야 할지 결정할 수 있으며 항로도 계획할 수 있다. 젊은이들이 경진대회에 참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실력을 공정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다. 주변에서 나에게 ‘잘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단순히 북돋아 주는 것인지도 헷갈리고, 나에게 어떤 점이 부족한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참가 결과가 비슷하게 나오면 실력이 부족한 참가자는 안심할지 모르지만, ‘내가 어디쯤 있는지’ 알고 싶어 참가한 참가자는 맥이 빠진다. 향후의 진로 선택 및 동기부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 점에서 남 상무가 바꾼 실습 재료로 높아진 변별력 덕분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공부해야 할지,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지’하며 고민하던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열처리 작업 전 찍힘 및 외관 수입 검사를 하고 있다.

남능열 상무(61)와 송혜원 주임(32)이 실험실에서 조직 사진을 분석하고 있다.

공정보고서의 비중도 높였다. 단순히 외운 대로 열처리를 실행하는 것과 열처리를 이해하고 작업하는 것은 일견 비슷해 보여도 내막이 전혀 다르다. 참가자 개개인의 이론 완성도와 이해도를 더욱 정확히 측정해 줄 수 있는 것이 공정보고서다.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 않은 경우, 아무래도 보고 내용이 어색하거나 서술 도중 빠뜨리는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
“예를 들어 제품을 850℃에서 가열을 하고 퀜칭을 한 뒤 템퍼링6)은 620℃에서 했다고 칩시다. 실험을 끝낸 그 자리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공정보고서를 쓰도록 합니다. 이걸 보면 작성자가 이론을 이해하고 썼는지 아닌지 알 수 있죠. 왜 850℃에서 가열을 하고 왜 620℃에서 템퍼링을 했는지 온도 설정 근거를 쓰게 되어 있는데 이해를 제대로 못 하고 외워서 쓰는 거로는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워요.”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외워서 공정을 진행한다면 응용도 어렵고, 공정과정 중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느려도 좋으니 한 번에 한 발자국씩 공정과정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빠르게 습득하되 이해가 느린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대회 역시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작업 준비부터 전 공정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상세히 기술해야 했고, 오스테나이트화7) 온도와 유지시간·퀜칭시 냉각 방법·템퍼링 작업조건·변형 최소화 방법 등을 자세히 서술해야 했다. 이렇게 제출된 리포트와 결과물을 바탕으로 인장시험, 경도시험, 현미경 조직시험, 외관검사, 공정보고서 검토 등을 통해 승자를 가렸다.

송혜원 주임(32)이 실험실에서 마이크로 비커스로 경도 검사를 하고 있다.

신승아 사원(33)이 브리넬 경도기로 경도 검사를 하고 있다.

멘토, 멘티를 만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판소리는 고수 없이는 흥이 나지 않는다. 실력을 제대로 가리기 위해 준비하던 남 상무도 대회 때는 열처리 관련 지식과 정보로 참가자를 지도·조언해 주며, 참가자들의 기술 이해도를 높이는 데 신경을 썼다. 실험 중에도 현업 지식에 강한 호기심을 보이던 합덕제철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그는, 정작 참가자들과 4시간여밖에 함께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30여 년 경력을 쌓은 노장의 노하우를 새내기와 공유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닐 터다. 그러나 그는 이번 대회 덕분에 이후 열처리 업계의 문을 두드릴 젊은 인력이 많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단조나 주물, 용접도 마찬가지겠지만 열처리도 젊은 신규 인력이 부족합니다. 삼흥열처리의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 3교대 시행 예정이라 30여 명 정도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지원자가 많지 않아요. 사람을 뽑아도 하루나 한 달 정도 만에 그만두는 일도 흔하고요. 적성에 전혀 안 맞는다면 그만두는 게 맞지만, 일이 나와 맞는지 알아보려면 일 년은 우직하게 근무해 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순간의 감정으로 적성이나 앞날을 결정할 게 아니라, 적어도 일 년은 두고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의 전언인 만큼 울림이 크다. 남 상무는 1984년 6월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던 창원공업(현:(주)현대위아)에 입사한 뒤 30여 년 동안 금속 열처리 품질관리 업무에 종사해왔다. 이후 현대위스코에서는 기아 프라이드의 소재 국산화 개발에 참여했고, 2014년 4월 삼흥열처리 품질관리 담당 상무로 입사한 뒤로는 IATF169498) 인증 획득에 기여하기도 했다.

품질관리 명장의 두 가지 비법

그가 품질관리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두 가지로 공정·시스템 인증 획득이 그 첫 번째다. 삼흥열처리는 국내 최초로 IATF16949를 로이드에서 획득한 것은 물론 CQ1-99) 품질인증시스템과 SQ MARK10)도 획득했다. 과정을 중시하는 남 상무의 업무 방식과 유럽 및 미국 등 해외의 시스템 요구 사항은 호환되는 면이 많다. 품질인증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인 남 상무의 노력 덕분에 삼흥열처리는 캐나다 리나마, 미국 빅3인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독일 대중차 브랜드 폭스바겐과 고급 브랜드 벤츠·아우디,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토요타, 혼다, 세계 5위인 현대자동차그룹, 세계적인 자동차 전장부품 업체인 ZF사 등 유수의 다국적 기업의 공정 인증 및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박성관 팀장(51)이 컨트롤 판넬을 조작하고 있다.
두 번째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신용이다. 품질은 해당 기업의 신용과 직결된다. 불량이 나면 해당 기업의 제품에 대한 믿음이 깨져 더 거래하기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는 직원들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날마다 이 점을 되새긴다고 전했다.
“몇백만 개의 부품을 만들면 그중에서 불량이 하나 정도 날 수는 있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불량 부품이 자동차에 사용됐다면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든 부품을 전부 다 조각내고 파괴해서 본다면 모를까 실질적으로 불량률을 0으로 만들기는 어렵죠. 아무리 까다롭게 검사하고 열심히 불량을 잡아내려고 해도 관리자가 놓치는 부분도 있고요.”
이 때문에 삼흥열처리는 최신 생산설비·일관된 열처리 시스템·국내 최대 규모의 검사설비를 갖추고, 정밀도 높은 검사로 불량률 제로를 목표로 고군분투한다.11) 또한 최근 급부상한 신강종, 고토크12) 엔진 및 내마모성 증가 소재의 성분 특성·열처리 사이클·냉각조건 변화에 따른 열처리 조직 변화·침탄 후 변형량 등을 연구하며 안정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덕분에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 외국 기업에서도 삼흥열처리의 최신 열처리설비 및 검사 신뢰성을 높이 평가하며, 2018년 삼흥열처리를 방문한 독일 MAHLE사 아시아 담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열처리 시설’이라는 극찬을 남겼다.

“열처리는 밥 짓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밥을 지을 때 불 조절에 따라 밥맛이 달라지고, 뜸을 얼마나 들이는지에 따라 질감도 달라지잖아요. 열처리 역시 온도·시간·냉각 세 가지 변수가 어떻게 조합이 되느냐에 그 결과가 달라져요. 템퍼링 역시 뜸을 들이는 거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죠.”

1974년 출판된 윤오영의 수필 중에 ‘방망이 깎던 노인’이 있다. 재촉하면 더 거칠고 늦어진다는 신념으로 느리게 방망이를 깎던 작중 노인의 정신이 남 상무에게도 깃들어있다. 그의 내년 계획은 ERP를 넘어선 스마트 공장의 구축이다. 작업 전 가열로에 점검 완료가 체크되어 있지 않으면 해당 장비의 사용 자체를 막는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 열처리에 대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며 공정 중인 제품을 확인하는 그에게서 한 길만 걸어온 사람만이 가진 무뚝뚝한 정직성이 보였다.
1)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이사장 주보원)과 (사)한국열처리공학회(학회장 정걸채)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백운규)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원장 이성일)이 주최한 <2018년 제25회 열처리기술경기대회> 결선이 지난 5월 29부터 6월 1일까지 열렸다. 학생 부문 28명, 일반 부문 9개 업체 12명 등 총 40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를 위해 경북대 정인상 명예교수·부경대 김한군 명예교수·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시흥 뿌리기술지원센터 문경일 센터장 등 8명의 출제·심사위원이 나서 참가자들을 독려하고 공정한 대회 진행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했다. 참가자들의 학교·기업체에서 보낸 시편(시험 분석에 쓰기 위하여 골라낸 광석이나 광물의 조각) 및 공정보고서로 예선을 치르고 합격자를 솎아, 결선은 밀양에서 치렀다. 대회에서는 제공된 일정량의 시료만 사용해야 하며, 후가공하거나 변형되면 실격 처리된다.
2) 담금질-뜨임 공정을 뜻함. 영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QT(Quenching & Tempering)
3) SM45C : 기계구조용 탄소강. S는 Steel, M은 Machine의 약자이며 45는 탄소의 평균 함유량을 의미한다. 여기서는 0.45%가 탄소라는 것을 뜻한다. C는 탄소 기호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철강 재료이며 주로 QT 열처리 후 자동차부품에 사용된다. 템퍼링 온도 10℃가 상승할 때 경도치(HRC)가 약 1.0씩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4) SCM440 : S는 Steel, C는 Chrome, M은 Molybdenum의 약자이며, 숫자 440에서의 40은 탄소 함량을 의미한다. SCM440은 SCM 강종 중 비교적 많이 사용되는 강종이다.
5) 퀜칭(quenching) : 소입 또는 담금질로도 불린다.
6) 템퍼링(tempering) : 퀜칭한 철강의 잔류응력을 제거하고 인성의 개선과 함께 경도를 다소 낮추기 위하여 알맞은 온도로 재가열하여 냉각하는 열처리를 말한다. 다른 말로는 뜨임 또는 소려가 있다.
7) 담금질한 철강 조직의 하나.
8)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품질관리표준.
9) GM의 품질인증.
10) SQ Mark(Supplier Quality) : ‘공급자 품질인증제도’라고도 하며 현대·기아자동차의 2, 3차 협력업체가 1차 협력업체에 납품할 수 있는 기본조건으로 활용되는 품질 인증제도이다.(출처 : 한국경영정보) 자동차의 고기능화와 전자 SYSTEM 증가에 따른 전기 전자 업종의 품질 및 신뢰성 확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2004년말 기준으로 1,484개 업체가 이 인증을 취득하여 현대·기아 자동차에 납품하고 있다.
11) 분광 분석기·금속 현미경·마이크로비커스 경도기·로크웰 경도기·브리넬 경도기·커팅기 등 각종 최신 검사 설비와 시험로를 갖춘 품질관리실과 부설 연구소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12) 토크(Torque) : 엔진이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힘의 크기를 말한다.

ISSN 2586-1972 (Online) | 등록번호 등록번호
엮은이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 발행처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발행일 | 간별 격월 | 기획·디자인 쿠움, 메드소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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